2009. 4. 29. 12:42

요시모토 바나나 -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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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8점
     N·P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N·P는 내가 읽은 유일한 그녀의 첫 책이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요시모토 바나나. 왜 하필이면 바나나일까 생각했던 첫 느낌이 떠올랐다. 필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그녀의 많은 작품들을 나는 모른다. 단지 이 작품 하나만을 읽었을 뿐이다. 그런데 난 왜 요시모토 바나나에게서 공지영의 향기를 느꼈다. 그 느낌을 하나씩 풀어나가보자.

     이 소설 속에서 최소한의 인물이 만들어가는 얽히고 섥힌 우리 나라 드라마틱한 인간 관계가 만들어져 있다. 그 드라마틱한 관계는 다음과 같다. 이혼한 가정 환경 속에서 고등학교 시절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 쇼지의 죽음을 경험한 주인공 카자미. 그리고 다카세 사라오라는 작가를 아버지로 두고 그 아버지의 죽음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남매 사키와 오토히코, 그리고 쇼지와 연인이었으면서 위의 남매와는 배다른 형제이며 오토히코와 사랑에 빠져있는 스이. 이들이 다카세 사라오가 남긴 98번째 소설을 통해 만나고 대화하는 내용이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 엔피의 전체적인 구조이다.

     사실 내용 자체는 전체 분위기에 비해 충격적이다. 독자인 내가 보기에 그들의 근친상간, 자살, 동성애 등에 대한 생각은 어찌보면 무감각한 것 같고 또 다르게 보면 너무나 자유롭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공지영의 그것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어나가면 알겠지만 전혀 분위기는 어둡지 않다. 오히려 밝게 밝게 이끌어 나가려고 애쓰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어둡다. 물론 주인공들은 쉽게 아무렇게 않게 받아들이기에 어둡게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세상의 어찌보면 마이너리티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그들은 밝고 재밌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는 반전이 반갑다.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만큼 내용은 이리로 갈지 저리로 갈지 알 수 없게 흘러간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수록 새로운 내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재미를 더해간다. 그러나 내 자신의 감정이 큰 기복없이 이 책을 여유로우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쌩뚱맞은 이야기로 어이없는 반전을 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과 약간 벗어난 길로 지나가서는 다시금 나의 팔을 잡아 이끄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해야할 것같다.

     사실 이 책의 중심은 인물에 있다고 해야하겠다. 그러나 인물에 대해서 내가 크게 언급하지 않는 것은 그건 책을 보는 사람들이 즐겨야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특별히 할말도 없기 때문이라 하겠다. 스이라는 인물이 중심적으로 다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주인공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고 다시금 안정감을 주기도 하는 인물이지만 난 그녀가 그저 주변인물일 뿐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크게 할말이 없는가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틀동안 지하철 안에서 오고 가며 다 읽었을 정도로. 그녀의 다른 책들도 바나나처럼 부드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http://nuneti.tistory.com2009-04-29T03:39:45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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