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23. 02:44

싸이보그그녀 해적판을 본 관객, 그리고 웃어넘겨버린 곽재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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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 영화 보러 갈 때 감독과 주연, 그리고 간단한 줄거리 정도만 파악하고 가는 정도이다. 그 세부적인 배경이나 뒷 이야기들은 추후에 관심있는 부분들만 찾아보는 편이었다. 시사회로 봤음에도 많은 이들이 이미 잘 알고 있었던 영화에 대해서 새삼스럽게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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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본에서 지난 해 2008년 5월 개봉되어 27억엔의 대히트를 기록하고 많은 어려움 끝에 1년 후인 2009년 5월한국 개봉을 앞둔 영화가 있다. 우리에게 [ 엽기적인 그녀 ]로 잘 알려진 곽재용 감독의 [ 싸이보그 그녀 ]가 바로 그 주인공이고 곽재용 하면 떠오르던 전지현이 출연하지 않은 영화 [ 싸이보그 그녀 ]이다.

1.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본 영화?  

영화를 본 후에 곽재용 감독님과의 GV(관객과의 대화,  Guest Appearance) 시간이 있었다. 그 중의 팬이라고 자처햇던 한 분이 자신있게 첫 질문을 감독에게 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한가지 사실을 고백합니다.

" 일본판을 다운로드 받아서 보았습니다. "

본인은 영화제에서 몇 번 공개된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일본 개봉 사실은 모르고 있었기에 일본판이 있다는 것 자체도 놀랐지만 다운로드 받아서 보았다는 사실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분위기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것도 감독님에게 직접대고서 말이다. 다시 말하면 가수에게 가서 " 내 MP3에 당신 노래 들어있어요! "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도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곽재용 감독님도 웃어 넘겼다. 웃어넘기는 거 외에 다른 방도가 없으셨겠죠. 화낼수도 없는 노릇이고.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친구에게 [ 싸이보그 그녀 ]를 보았다고 말했더니 본인은 이미 다운로드 받아 보아서 별로 부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비단 몇 사람에게 한정된 의견 수렴이었지만 이미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많다. 이 영화가 배급사의 문제로 인해 한 번의 실패를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관객들이 그만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아직 대한민국에서 해적판 영화를 보는 것은 떳떳하다.

2. 곽재용 표 로맨틱 코미디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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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님이 GV 시간에도 언급한 이야기 중 하나는 [ 싸이보그 그녀 ]의 의의는 일본 영화 시장에서도  한국적인 감성을 자신만의 스타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하셨다. 이 영화의 느낌은 [ 엽기적인 그녀 ]로 수렴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차태현이 전지현의 손아귀에서 어쩔줄 몰랐던 것처럼 남자 주인공 코이데 케이스케도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 아야세 하루카의 레이더망 안에서 존재한다. 엽기적인그녀, 스친소에 이은 그녀 3부작의 3편이라고 일컫어지는 만큼이나 분위기나 줄거리도 비슷한 감성안에서 존재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지겨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똑같은 그 나물에 그 밥 아니겠느냐고 생각한다면 너무 성급했다고 답해주고 싶다. 곽재용 식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아직 살아있다.

3. 한국 영화야 일본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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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일본 스태프들 손에서 만들어졌을 뿐이지 영화의 분위기는 한국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익숙치 않은 것들, 이를테면 [ 폭탄주, 생일빵, 분필 던지기 등 ] 한국적인 문화들이 많이 녹아있다. 더군다나 [ 예민의 산골소녀의사랑이야기 ]가 일본어로 번안되어 흘러나올 때에는 그 풍경이 마치 한국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설정과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기에 일본인들을 통해 맛보는 한국의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색다른 느낌이었다.

4. 영화를 통해 되짚어본 한국와 일본의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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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 스스로가 느꼈고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될 것 같은 일들이 에피소드들로 재구성되었다. [ 씨랜드 화재사건, 일본 초등학교 참사 등 ] 일본이나 한국인들이면 이미 알고 있는 사건들이 영화 속에 녹아있기에 반가우면서도 안타깝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주면 사회 인식이라는 면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감독이 직접 반영한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다시 한번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준비할 수 있게끔도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5. 그래도 아쉬운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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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곽재용 감독의 영화에는 농도 짚은 러브신은 없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가는 분이 있다면 애초부터 다른 영화를 찾아보시는 것이 좋겠다. 또한 너무도 [ 엽기적인 그녀 ]가 떠오르는 점도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클래식의 그 푸풋함이 아쉽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결말이 [ 일본판 사이보그 그녀 ]와는 다르다고 한다. 이 덕분에 해적판을 보고 싶어지는 것도 없지는 않으나 나중에 DVD가 나오면 그 때 확인해 보면 될 것이다. 그 해적판을 본 사람은 대놓고 일본판 결론이 더 좋다고 말하긴 했지만 질질 끌고 나가는 것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같다.

P.S. 아무리 해적판을 보았어도 남들에게 그게 자랑거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서 말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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