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 09:44

조범현의 망설인 투수교체는 이종범의 역전 2루타로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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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 31일, 잠실 구장에는 말 그대로 구름관중이 들어찼습니다. 주말 3연전 중에서 2연승을 달리고 있던 기아가 여유있게 7회까지 앞서나가며 여유있는 승리를 가져가는 듯한 분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최소한 7회말 2사까지는 말이죠. 그러나 연속 5안타가 만들어낸 LG의 4점이 경기를 5대4로 역전시켜버렸습니다. 그리고 8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스쳐지나갔습니다. 물론 LG의 호수비까지 나오면서 경기는 9회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문제는 7회에 이루어 졌어야 할 투수교체에 있었습니다. 7회 2사까지 잘 막았고, 한 타자만 잘 요리한다면 불펜 투수들이 몸 푸는데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었기에 또한 다른 불펜투수들에게는 휴식을 주고, 믿음직한 마무리 유동훈에게 바로 연결할 수 있다는 조금은 이상적인 스토리를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조범현 감독은 그저 구톰슨에게 의사 타진을 한번 했을 뿐 연속 5안타에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그렇게 끝났다면 기아팬들의 원망만이 남아있는 리플로 가득찼겠지요. 그러나 9회초, 각본 없는 반전드라마 한 편이 쓰여집니다.



선두타자 김원섭의 안타, 홍세완의 삼진! 그리고 이어진 최희섭의 볼넷. 조범현 감독은 이번엔 이재주를 대타로 쓰면서 승부수를 띄우고 이재주는 이에 화답하죠. 투수 교체에서는 실패했지만 타자 교체에서는 성공을 맛봅니다. 그리고 김상훈의 땅볼로 2사 이후에 찬스가 이어지는데~ LG는 과감하게 이종범과의 대결을 펼치는 미스를 범하게 됩니다. 뒤에 나지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종범, 종범신을.. 그리고 결과는 다들 아시다 시피 2루타!!

2009년 5월 31일의 야구는 역전의 재역전이 있던 말 그대로 숨막히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4대1로 경기가 끝났다면 어땠을까요? 다음 날 뉴스는 [ 구톰슨 7이닝 1실점 역투 .... 기아 LG에 3연승 ] 정도로 마무리되었겠지요. 무난한 경기로 끝나지 않은 5월 31일의 경기가 노장에 의한 대 역전쇼로 이슈화 된 것은 역시나 완벽함이 아닌 부족함에서 온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아 팬의 입장이 아닌 야구 팬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경기가 더 재밌고 팬들을 위한 것일까요? 한기주가 한작가가 되어 역전 당했을 때의 아쉬움이 있는 반면에, 그 덕분에 9회 2사 이후까지도 손의 땀을 쥐게 만들 수 있는 긴장감이 조성되곤 합니다. 어제의 경기도 7회가 그냥 끝나버렸다면 그냥 꺼버릴 수도 있는 TV를 9회말까지도 스릴 있게 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모든 작전이 맞아들어가고, 완벽하게 시나리오 대로 막아내거나 득점해 버린다면 그것으로도 재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우리 대다수가 원하는 야구 경기의 현실은 무사 만루에서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역투, 그리고 9회 2사에서 만들어 나가는 역전처럼 예상 밖의 결과들일 것입니다. 피말리는 승부, 그리고 데이터 밖의 기적! 그래서 우리는 조범현 감독을 비난(비판은 필요)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 그대로의 재미를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역전승을 통해 이종범 선수의 필요성과 스타성을 다시금 확인한 경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참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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